이조말기 불교사 쇠퇴할 때 고한읍 고한리(古汗里) 갈래사(현 정암사)에 한 노승이 혼자서 절을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날 하루 저녁때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고 있던 중 전방 약 100보 정도 거리에 큰 개만한 산짐승이 이 노승을 한참 바라보고 갔다.
노승은 저녁밥을 지으며 가만히 혼자 생각해 보니 분명히 오늘밤에는 저 이리 놈들한테 변을 당할 것 같아 피신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이미 때가 늦어 이웃 동네까지는 거리가 멀어 갈 수 없자 노승은 별 수 없이 저녁을 지어먹고 도끼와 낫 그리고 잿파리 등을 준비하고 승방 아랫목에 장삼(長衫)을 단정히 입고 앉아 마음속으로 불경을 외우며 다가오는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정이 되자 뒷산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다 쓰러져 가는 고찰이라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는 집이여서 문을 잠그지도 못하고 있자니 잠시 후 이리떼들이 몰려 와 방안으로 들어 갈 곳을 찾던 중 한 놈이 앞발을 걸고 문을 당겨 문이 열리자 10여마리가 방으로 들어오니 문은 저절로 닫혀지고 방안에 들어온 이리떼는 일렬로 나란히 앉았다.
노승은 아랫목에서 죽은 듯이 앉아 동정만 살피고 있자 어느 놈인지 한 놈이 꾹 하고 신호를 하니 일제히 꾹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오기를 수번이 되자 노승과 이리와의 거리는 불과 한발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노승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고 잿파리를 두드리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닥치는 대로 발로 차니 이리떼는 혼비백산하여 노승과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장판이 되었다.
얼마 동안을 노승은 사력을 다하여 치고 박고 하는 동안 한 놈이 잘못하여 문에 넘어지는 바람에 문이 열리자 이리들은 살았다고 우루루 꽁지가 빠져라고 도망을 치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노승은 다음날 이리 똥을 치는데 하루해가 다갔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