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시간 속을 걷다.
당신의 감성을 일깨워 줄 정선여행.

만항재 가는 길

정선 감성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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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계절은 반년을 달려 채 숨 고를 새도 없이 짙푸른 다음 장을 펼치고 두 번째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벌써! 하고 놀라는 순간 문득, 여기가 어디쯤인가 싶다. 잘 하고 있는건가? 쉼표 하나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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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로 간다. 하늘도 작게 가린 울창한 숲 사이로 굽이굽이 휘돌아 치며 가파른 고갯길이 이어진다. 고갯길이 갈라지는 곳마다 뜻밖의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되고 드디어 하늘에 닿을 듯, 정상에 다다르면 나무와 꽃의 향기를 가득 담은 쨍하게 맑은 만항재가 그 답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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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아트마인
고한읍에서 만항재로 가는 길목 울창한 숲 사이에 과거 무연탄 생산의 중심지였던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우뚝 솟아있는 권양기를 따라가면, 한 때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며 가족과 미래를 위해 뜨거운 막장으로 향하던 수많은 광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삼탄아트마인이 있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의 ‘삼탄’과,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 광산을 의미하는 '마인(mine)'의 합성어로 1964년부터 2001년 10월 까지 38년간 운영된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를 새롭게 단장해 지난 2013년 문을 연 창조적인 문화예술단지이다.
삼척탄좌 시절 종합사무동이었던 삼탄아트센터는 삼척탄좌의 사무 공간과 함께 300여명의 광원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던 2개의 공동 샤워실, 장화를 닦던 세화장, 세탁실과 수직갱 운전실이 있었다.
현재는 '삼탄역사박물관', '현대미술관 캠', '예술놀이터', '작가 스튜디오' 등으로 변신했다.
각 층마다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탄광의 옛 자취와 예술이 어우러져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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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외국인 작가가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레지던스 공간이 있다. 각기 독특한 스타일로 꾸며진 15개의 방은 테마체험방으로도 활용된다.

3층
시즌마다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는 기회전시실 캠을 돌아보고 나면 드디어 과거 여기가 탄광이었다는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 삼탄역사박물관. 빛바랜 서류 뭉치들이 빼곡이 쌓여있다. 급여 명세서, 근로계약서, 건강관리표 등 옛 광원들과 관련된 서류들이다. 당시 탄광의 규모가 어떠했을지 짐작케한다. 광원들의 손때 묻은 장비들은 예술작품 못지않은 감동을 주고 종합운전실의 거대한 기계들은 멈춰있지만 압도될 것 같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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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탄광 속으로 들어가는 듯, 시간을 거슬러 가는 듯 아래로 내려갈수록 옛 자취가 뚜렷해진다. 예술공간으로 재탄생된 마인갤러리3은 현대화된 수세식 화장실이었고 마인갤러리4는 3000여 명의 광원들이 사용하던 샤워장이었다. 약 30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 국내 탄광 중 가장 크고 현대적인 시설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다양한 설치작품들을 전시하는 전시공간으로 사용된다. 그 맞은편에 있는 세계미술품수장고는 탄광시절 광원들의 출퇴근이나 입욕 전후 옷을 갈이 입던 갱의실 겸 사물함이 있던 곳으로 현재는 희귀한 세계미술품이 보관되고 있다. 막, 채탄을 마치고 막장에서 나온 광원들과 막 출근하는 광원들의 목소리와 물소리가 복도 가득 울리는 것 같다.

1층
제일 아래쪽 1층은 광원들의 작업용 장화를 씻던 세화장이었다. 바닥에 깔린 격자무늬 발판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분실될 때마다 새로이 제작 보충되어 그 모양이 제 각각이었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독특한 구성미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레지던시 작가들과 함께하는 예술 체험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공간 ‘아트놀이터’와 광부 체험관과 아트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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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뮤지엄
본관 1층과 연결된 다리를 지나면 ‘레일바이뮤지엄’을 관람할 수 있다.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광부들을 갱으로 이동시키고, 채굴한 모든 석탄을 집합시키던 시설로 중심의 수직 갱도는 직경6m, 폭 600m의 원통형 수갱으로 거대한 산업용 엘리베이터다. 케이지로 1회에 400명의 광원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고, 연간 50만 톤의 굴진 암석을 처리할 수 있는 권양능력을 가졌었다. 높이 솟은 권양기와 이리저리 이어진 레일들 곳곳에 켜켜이 쌓인 검은 석탄의 흔적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여기가 탄광이었구나를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다. 그 시절 수많은 광부들의 일상이 녹아있는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레일바이뮤지엄을 끝으로 야외로 나오면 탄광의 기계들을 제작, 수리하던 공장동 건물을 그대로 살린 레스토랑 832L이 있고, 맑은 공기를 압축하여 지하 채굴현장 구석구석까지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주었던 중앙압축기실을 활용한 원시미술박물관이 이다. 수평갱을 활용한 ‘동굴와이너리’와 빨간 2층 버스를 개조한 ‘키즈카페’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제2권양탑도 놓치지 말자. 금방 둘러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폐광에 남겨진 흔적들은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화려했지만 수고로웠던 수많은 그들의 삶을 애달프게만 느끼고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검은 먼지를 씻어내며 그 속에 꿈꾸었던 그들의 미래와 소망에서 힘과 위로를 얻었으면 싶다. 2억년의 시간을 캐낸 자리 위에 예술로 다시 써내려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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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요금 : 1만 3000원 , 정선 ・ 태백 주민 및 광원 (광부) 50% 할인
관람시간 및 휴관안내
하절기 : 오전 9;00 – 오후 6;00
여름 극성수기 : 오전 9:00 – 오후 7:00 *휴관일 없이 매일 개장
동절기 : 오전 9:30 – 오후 5:30 * 매주 월요일은 휴관(공휴일 제외)

정암사
삼탄아트마인에서 함백산 방면으로 조금만 더 가면 울창한 숲 사이 고즈넉한 정암사가 있다. 신라의 큰스님이었던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14년에 깊고 높고 웅장한 태백산 서쪽 기슭에 정암사를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숲과 골짜기는 해를 가리고 멀리 세속의 티끌이 끊어져 정결하기 짝이 없다 하여 정암사(淨巖寺)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정암사는 부처의 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때문에 정암사 경내에는 부처상을 찾아볼 수 없다.

단정하고 소박하게 자리잡은 사찰은 시끄러운 세상 모든 일들을 가만히 끌어안아 주는 듯 하고, 절을 가로지르는 작은 시내의 물소리는 마음을 씻어 내린다.

경내를 따라 걷다 일심교를 지나면 수마노탑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마노석을 쌓아 만든 탑으로써 용왕의 도움으로 마노석을 옮길 수 있었다 하여 수(水)자를 덧붙였다고 한다.

10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410호이자 높이 9m의 수마노탑을 만날 수 있다. 수마노탑은 큰 돌을 벽돌모양으로 잘라서 쌓은 7층 모전 석탑으로 흔히 보던 탑과 달리 독특하다. 이 때문에 역사적, 미술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져 국보로 승격이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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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
비워지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정암사에서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에서 일하는 광원들이 살던 만항마을이 나온다. 탄광은 폐광 되었지만 마을에 남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좁을 길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만항마을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 만항재다. 해발 1330m에 위치한 만항재는 태백과 정선, 영월이 만나는 경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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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지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야생화 군락지로 손꼽힌다. 산상화원이라 할 정도로 많은 야생화 들이 피어나는데 6월에 피기 시작하는 꽃들은 8월에 그 절정을 맞는다.

곧게 뻗은 낙엽송 숲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낙엽송 아래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와 눈을 맞추다 보면 그것만으로 싱그러운 위로를 받는다.

돌멩이 하나 풀꽃 하나 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한 웃음이 끊이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고 숲이 주는 소박한 충만함에 지난 일상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게 된다.

봄엔 여린 연두빛으로 여름엔 싱그러운 초록과 야생화로 가을엔 그윽한 단풍으로 겨울엔 새하얀 설경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만항재. 망설이지 말고 지금 떠나보자.

2019 고한 함백산야생화축제
2019년 7.27(토) - 8.04(일)
함백산 만항재 및 고한구공탄시장 일원
고한함백산 야생화축제위원회 033-592-5455

최종수정일 : 2019-07-24